취소

검색

검색기록삭제

닫기

KANTUKAN.MUTE

인스타그램 피드와 스토리를 훑다 보니 리추얼을 공유하는 이벤트가 부쩍 늘었다. 정해진 시간에 일찍 일어나기, 출근 전 스트레칭하기, 좋아하는 컵에 물 마시기, 감정 일기 쓰기 등등. 그 외에도 여러 종류의 리추얼 공유 이벤트가 생겨난다. 다양한 리추얼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커뮤니티를 만들어 소통하는 어플 ‘meetme’의 가파른 성장은 리추얼 공유 유행의 방증이다. 한때의 유행으로 끝날지 미래 세대의 문화로 자리잡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리추얼 공유 이벤트는 주로 MZ 세대가 주축이 되어 수요와 공급을 지탱한다. 어떤 것은 마땅히 고개를 끄덕이게 하지만, 어떤 것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나도 엄연히 MZ 세대인데 가끔은 ‘굳이 이런 것까지 거창하게 리추얼 운운하면서 공유할 필요가 있는 걸까? 그냥 혼자 하면 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때로는 ‘이건 그냥 리추얼 공유라는 유행에 편승한 장사치들에게 이용당하는 거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이런 의문과는 무관하게 참여자도 꽤 있는 것 같고 반응도 좋아 보인다. 그럴 땐 내가 유행에 둔감한 인간인가 싶어진다.

‘리추얼(Ritual)’이란 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따라서 무의식적인 버릇이나 습관과는 구별된다. 결과와 성과에 방점을 찍는 ‘루틴(Routine)’과도 차이가 있다. 리추얼은 결과나 성과과 아니라 과정 그 자체에 집중한다. 특정한 행동을 의식적으로 해내는 동안 심신의 자정력이 생기고 자기 자신을 차분히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리추얼은 ‘다양한 방식의 명상’이라고 불러도 어폐가 없겠다.

물론 리추얼과 삶이 서로 주객전도 되면 말짱 도루묵이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보자고 하는 일인데 리추얼에 얽매여 스스로를 괴롭힌다면 우스운 일 아닐까. 야간 근무하는 사람이 미라클 모닝 한 번 해보겠다고 잠을 줄이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리추얼은 유행을 좇기 위해 억지로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과 뿌듯함을 느끼며 실천해야 한다.

리추얼 공유 이벤트가 성행하는 건 최근의 일이지만 리추얼이라는 용어 자체가 주목받은 건 꽤 예전부터였다. 문학, 예술, 철학, 과학 등 각 분야 주요 인물 161명의 리추얼을 분석한 메이슨 커리 작가의 책 「리추얼」은 이미 2014년에 출간되었다. 구글은 수년 전부터 신입 직원을 위한 ‘프로펠러 달린 모자 쓰기’, 실패한 아이디어와 이별하는 ‘알파벳X’ 등의 리추얼을 통해 조직 문화를 지탱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라든가, 박경리 소설가의 텃밭 가꾸기, 물방울 그림으로 유명한 김창열 화백의 30분 물구나무서기까지. 누군가에게 리추얼은 갑작스러운 유행이 아니라 이미 오랜 삶의 방식이었다.


그렇다면 최근 리추얼을 실천하고 공유하는 유행이 떠오른 이유는 뭘까. 사회학적으로 논리적이고 타당한, 그래서 뻔하고 지루한 분석을 해볼 수는 있겠다. 자아에 집중하는 MZ 세대의 특징,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관계의 단절, 온택트 시대의 소통법, 개별적 존재들의 느슨한 연대 등등. 그런데 나는 그 분석의 중심에 고독이 있다고 생각한다. 리추얼 공유 유행은 개인이 고독을 다루는 새로운 방식인 셈이다.

오만하게 함부로 타인을 가여워하려는 건 아니다. 당연히 내게도 지독히 고독한 순간들이 있다. 문제는 그걸 어떻게 다스리고 보듬느냐인데 나 같은 인간은 가능한 한 혼자 해결하는 편이다. SNS에 떠벌리지도 않고 웬만해선 친구에게도 하소연하지 않는다. 혼자 노래를 듣고,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나름의 리추얼을 따라 심신을 보듬고 자아를 성찰하는 셈인데, 그걸 SNS에 드러내거나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지는 않다. 어찌 됐건 나 같은 인간이 있으면 나와 다른 인간도 있는 법이다. 내 기준에서 리추얼 공유에 적극적인 사람들이 그렇다. 나와 다른 방식, 이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고독을 달래고 자아를 성찰하고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사람들, 연대하고 의지하면서 확신을 갖는 사람들. 나는 그들이 대단하고 멋지다가도 문득 의아하고 신기하다.

유행을 따라 이것저것 해보는 것도 삶의 즐거움 중 하나겠지만 아무튼 삶은 유행이 아니다. 각자의 리추얼을 통해 일상을 윤택하게 가꾸는 것처럼, 각자의 방식을 통해 삶을 꾸려나간다. 요즘 같은 때에 이런 말을 하기엔 눈치 보이지만, 나는 딱히 리추얼을 공유하는 일에 동참할 생각은 없다. 더 나아가 덮어두고 ‘요즘 이게 유행이니까, 이거 정말 좋으니까 다들 해보세요!’라며 권유할 생각도 없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공유할 사람은 이미 하고 있고, 나처럼 공유하지 않을 사람은 하지 않는다. 저마다의 리추얼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실천하는 것, 그거면 됐다 싶은 생각을 한다.

중요한 건 유행을 따르는 일이 아니다. 삶은 유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라이프스타일에 맞지 않는 리추얼을 억지로 만들어보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리추얼은 타인이 보기에 매력적일 필요도 없고 거창할 필요도 없다. 다만 위태로운 마음을 지탱할 수 있다면, 무기력한 일상에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면, 잊고 지내던 자신을 보듬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삶은 유유히 흘러간다.

 

 

 

 

 

 

 

 

 

 


웹툰과 관련 없는 욕설,일방적인 비방글,광고성 글은 삭제 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하시면 작성이 가능합니다.

0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TOP